1980년대 후반 이후 한국 노동시장은 고용불안정 과 노동이동현상의 심화로 특징 지울 수 있는 중요 한 구조적 변화를 겪어 왔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통 화기금(IMF) 관리체계에 들어가면서 매출액 감소에 따른 감량 경영, 경제위기에 따른 분위기 변화, 부서 통폐합 등 기업조직 혁신 및 구조조정 등이 중요한 고용조정 동기로 작용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고, 노 동시장의 유연화 정책과 근로자 파견법 시행으로 고 착화되는 추세에 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실업자가 발생하였고, 고용불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 다. 1997년 12월 이후 매우 빠르게 증가하던 실업률 은 1998년 중반 증가세가 다소 주춤하였으나 다시 증가하여 1999년 2월에는 실업률이 8.7 %에 이르 렀다(통계청, 1996-1999). 그 이후 실업자 수는 감 소세로 바뀌었으나, 최근의 제 2차 구조조정으로 실 업자수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일어나는 대량실업의 현상은 실업자의 수가 양적으로 늘어나는 ‘규모’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반복실업’으로 상징되는 고용구조와 노 동패턴의 변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고용의 발생과 실 업이 반복적으로 단기간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고용 불안과 고용의 질 악화 및 불평등의 확산이 사회적으 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기업의 규모 및 고용 형 태에 따라 노동조건의 악화가 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노동구조의 이중화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하청 근로자 의 확대와 비정규 근로자의 증가는 ‘사회로부터의 배 제’라는 사회적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심상완, 2000). 따라서 본 연구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으로 특징 지워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고용실태 및 이직현상을 파악하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건강평가의 현재 적 의미와 평가의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있다. 노동의 유연성은 불안정한 경기 변동에 맞추어 노 동력의 규모, 노동시간, 임금 등을 조정함으로써 기 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확보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으 나, 기존의 고용관계를 변화시킴으로써 제반 문제점 을 야기하고 있다. 노동의 유연성은 노동시장, 노동 과정, 노동력 재생산 등 전과정에 걸쳐 영향을 미치 면서 추진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유형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뉠 수 있지만, 크게 노동시장의 유연 성, 노동과정의 유연성, 노동력 재생산의 유연성 및 노사관계의 유연성으로 나뉠 수 있다(박준식, 1993; 박준성, 1998;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1999; 이병 희, 1999). 이 중 수량적 유연성이 급격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김혜진 등, 2000). 특히 모(母)기업이 생산량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처 하고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하청업체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모기업의 근로자보다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 동의 유연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하청업체는 모기 업이나 비하청 중소기업에 비해 저숙련, 저학력 근로 자 등 질적으로 열세에 있는 근로자가 주를 이루고 있어 상대적으로 저임금의 노동력을 동원할 수 있고 생산비용을 낮추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홍장표, 1993). 상대적으로 기술 숙련도가 낮아도 수행할 수 있는 단순 반복적인 작업이나 노동집약적 공정, 또는 위험도가 높거나 기피대상이 되는 작업에 대해 집중 적으로 하청화를 진행하고 있어 이러한 작업배치 전 환을 통해 직영근로자들을 회유하여 작업장내 노동통 제력 회복을 위한 좋은 수단으로서도 활용되고 있다 (홍장표, 1993, 허민영, 1997). 이처럼 모기업과 하 청기업 사이에 노동력 구성이 달라지고 동일 사업장 에서 유사한 작업과정에 종사함에도 불구하고 소속에 따라 임금이 다르게 지불되며 노동환경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하청기업과 모기업간에는 전반적인 구조적 이질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 서 볼 때, 하청기업에 대한 산업보건은 모기업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동의 유연성’이라는 큰 흐름은 본 연구 의 대상인 조선업종에서도 일관적으로 적용되고 있 다. 왜냐하면 조선 산업은 호ㆍ불황기에 대비한 인력 및 설비의 탄력적 조정이 필수적인 산업이기 때문이 다. 만약 어떤 기업이 불황기에 방만한 인력 및 잉여 설비를 갖고 있다면 그 기업은 과도한 유지 비용으로 재정상태의 부실화의 가능성이 커질 것이고, 반면 호 황기에는 보유인력과 설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충 분한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없게 될 것이다(홍성인, 1998). 따라서 조선산업도 인력고용의 유연화를 극 대화하고 있으며, 특히 ‘사내하청(社內下請)의 확대’ 라는 형태로 발달해 왔던 점은 주목할 만하다. 우리 나라 조선업의 고용규모는 1983~1985년 7 만명 이상의 수준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하였으며, 이 19 최홍열 등∙하청 근로자들의 건강수준 평가 와 같은 감소 추세는 90년대 초반 조선업종의 경기 가 불황을 벗어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최근 수주량 및 건조량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불구하 고 모기업의 근로자 수는 약간의 증가세를 보였을 뿐 이다. 이는 모기업이 불황기의 잉여인력에 대해 주로 정규직 고용인원이 아닌 하청 근로자의 감원을 통해 대응해 왔고, 주기적인 물량 증대에 대해서는 노동강 도의 강화를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해 대처해 왔 기 때문이다(임영일, 1993). 노동생산성 향상을 통 한 단위당 필요인력의 절감을 위한 노력은 지금도 계 속되고 있는 것으로 향후 필요량의 증대 역시 상당부 분 이를 통해서 해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감 당하기 힘들 정도로 물량이 증가할 경우에는 정규고 용인원의 증가보다는 일시적인 하청 노동력의 동원을 통해 대응할 것이며, 하청업체의 고용 불안정 및 노 동력 이동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 나라의 주된 산업보건제도는 근로자건강검진 제도와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중 예방적 차원의 목적이 중시되는 근로자건강검진제도 는 주기적으로 현재 고용중인 근로자에 대한 검진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행의 주기가 짧게는 1년에 2회에서 길게는 2년에 1회로 규정되어 있어 현재 ‘노동의 유연성’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하청 업체 근로자의 건강상태를 평가하는데 부적절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 노동의 유연화 과정으 로 인하여 하청업체 근로자의 경우 고용상태가 불안 정하여 장기적으로 실업 상태에 있지 않더라도 이직 율이 크게 늘어 동일업체에 장기간 근무하는 근로자 의 수가 줄어들게 되며, 이러한 동일 업체 내에서 지 속적 고용기간이 건강검진주기보다 짧은 근로자의 경우 계속적으로 검진대상에서 누락될 수 있는 문제 점이 있다. 둘째, 이러한 잦은 퇴직과 재취업의 반복 과정을 거치면서 일반 질환으로 인하여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근로자나 직업성 질환이 이미 발생한 근 로자들이 채용검진상의 결과로 인해 건강한 근로자 에 비해 재취업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어 고용 유지 기간이 더욱 줄어들거나 아니면 영구적 실업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결과적으로 건강검진이 실질적으로 가장 필요한 근로자들이 오히려 구조적, 선택적으로 건강검진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마지 막으로, 건강검진 과정에서의 높은 누락율이 지속되 고 그로 인하여 하청 기업 근로자들의 전반적인 건 강 상태가 악화된다고 하여도 이러한 건강 상태의 악화를 감시하고 예방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공식 적 산업보건제도인 건강검진이 오히려 본연의 목적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며, 최악의 경 우 문제의 은폐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마저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조선업종의 일부 모기업과 하청 업체 근로자들의 고용현황을 조사하고, 근로자들의 3년간의 건강진단 결과를 토대로 건강진단 수검 현 황 및 유소견율을 파악하고자 한다. 아울러 기존의 업체 중심의 건강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하청업 체 근로자들의 건강평가의 현재적 의미와 사회적 배 제의 특성을 구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