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을 제대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첫 단계로 직 업병 발생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하는데, 우리 나라는 근로자 특수건강진단과 공공보험으로서 산재 보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직업병에 대해서는 그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강성규 등, 2000b). 우리나라의 현재 제도로 잘 파악되지 않는 직업병으로는 천식과 같이 소견은 없으면서 증상이 있거나, 근골격계질환이나 피부질환 같이 유병기간이 짧거나, 암과 같이 발병 후 질병이 계속하여 진행되는 것들이다(강성규 등, 2000a). 이러한 질병에 이환된 근로자는 현실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특수건강진단기 관의 의사나 산업보건의를 찾기보다는 일반 병원에 방문하여 임상의사의 진료를 받게 된다. 이때 임상의 사나 근로자가 질병과 직업과의 관련성을 생각할 수 있다면 산재요양신청을 하게 되고 산재통계에서 공식 적으로 직업병으로 집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이렇게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 문에 많은 직업병들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설사, 근 로자가 질병이 직업적 노출이나 환경에 의해 발생하 였다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산재요양에서 얻는 이득이 현 직업을 유지해서 얻는 이득보다 크다는 확신이 서 지 않으면 선뜻 산재요양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고, 주 변에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는 것도 꺼리게 될 것이다. 직업병감시체계의 첫 번째 목적은 위와 같은 이유 로 감추어진 직업병을 통계로 끌어내어 그 크기와 요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규모를 파악한다면 예방 우선 순위를 설정하는데 도움을 얻을 것이고, 요인 을 파악한다면 구체적인 예방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각 개개 사례에 대한 중재 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직업병에 대한 법적인 보고 의무는 미국과 영국에 서 모두 시도하고 있지만, 실제 보고되는 비율은 크 지 않다. 오히려, 전문가들이나 산업보건 관계자들이 자율적으로 시도하는 보고체계에서 더 풍부하고 좋은 자료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법적으로 하 고 있는 근로자 건강진단 자료를 감시체계의 한 축으 로 활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 보건관리자, 특 수건강진단 기관이 참여하는 직업병감시체계를 구축 할 수 있다면, 직업병 예방과 근로자 건강보호라는 명제에 한 걸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