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COVID-19로 주춤했던 우리 사회가 조금씩 기지개를 켜기 무섭게 나라 안팎의 이슈들로 신음하는 나날입니다. COVID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도 노동자들과 기업은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취약노동자들의 작업조건은 더 열악해지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는 일상이 되어 북미는 북극한파에 대규모 피해를 입었고, 우리나라도 삼한사온을 잊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1월 27일부로 시행된지 꼭 1년을 맞습니다. 작년 한 해 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644명으로 전년(683명)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이 법이 적용되는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사망자가 248명에서 256명으로 오히려 증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업장 내 대형 사고로 인한 사망자 또한 2021년 22명에서 2022년 39명으로 무려 77.3%나 증가했지만 아직까지 기업이 처벌된 사례는 없습니다. 법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되기도 전에 개정논란에 휩싸이고, 정작 이 법의 제정 목표였던 산업재해 재발방지 및 예방으로의 길은 요원합니다. 2022년 말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이 발표되고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현 시점에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대한직업환경의학회의 활동에 대한 요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한직업환경의학회는 1988년 태동한 이후로 지난 34년간 학술적으로, 정치·사회적으로 다양한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명실상부 우리나라 직업보건과 환경보건의 중추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AOEM 학회지에는 매년 30~40여편의 학술논문이 활발하게 게재되고 있으며, 석면피해구제법 및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의 시행과 성공적 안착,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과 더불어 발족한 직업병 안심센터의 성공적인 운영 또한 지난 저희 학회의 주요 성과입니다.
새로운 기술혁명시대를 맞아 직업환경보건도 지평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과 관련된 유관 단체 및 직업환경보건 단체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피해자들과의 교류의 창을 넓히며, 해외의 직업환경보건 관련 흐름의 변화를 기민하게 파악하여야 하겠습니다. 저희 직업환경의학회는 노동부, 환경부와 같은 유관 부처의 정책에 협력하면서 비판적 조언을 통해, 우리나라의 직업환경보건의 발전에 기여하고 변화하는 노동환경의 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을 찾고, 환경부와 함께 수용체 중심의 지속 가능한 건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저는 ‘직업과 환경으로 인한 건강 문제에 대해 피해자와 함께 공감하고, 최선의 과학기술적 해법을 추구하며, 정책과 실천을 통해 해결하는 학회가 된다’는 생각으로 학회를 이끌어보고자 합니다. 이에 존경하는 학회원 여러분과 노동자, 시민, 직업환경영역의 피해자들의 많은 성원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